2013년 3월21일

예음.예담 태어난지 1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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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드라마 주인공

오영(송혜교)처럼 RP(망막색소변성증)로 살아간다 라는건

결코 낭만적이지도, 멋진 누군가가 죽을 각오로 지켜줄 일도 없는 현실입니다.


어려서부터 야맹증이 RP로 인한 것도 몰랐고,

겉으로는 장애가 없어 보여 자존심으로 인해

 

가까운 친구, 친척에게도 야맹증.이 있음을 33년 동안 오픈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33살.때까지 제게 RP는 숨기고 픈 부끄러움. 그 자체이면서 원망.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40살,

 

 

의학적으로 제 눈은 어둠 속에서 볼 수 있는 시세포가 5% 미만,

낮에 볼 수 있는 시세포는 50% 미만으로 남아 있습니다.

 

평소 시야가 좁아 걸리고, 부딪치는 일이 일상이라

특히 제 다리는 거의 매일 멍들고 다쳐서

가능하면 밤길을 무사히 걷기 위해 낮에 가는 길을 외우고 계단 숫자를 외우기도 합니다.

 

가끔.은 제가 동화 '백조의 호수' 주인공이 마법에 걸려

낮에 백조.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듯
낮에는 비장애인, 어둠 속이나 밤에는 앞을 못보는 장애인으로 사는 제 모습이 마법에 걸린 듯 느껴지곤 합니다.

 

결혼 5년 만인 작년에 예쁜 남매쌍둥이 아빠가 되어
이제 제게 RP는 세상 빛을 볼 수 있는 동안

 

사랑하는 내.아내와 두.아이를 목숨 걸고 지켜주고픈

여느 평펌한 아빠의 소망이 되었습니다.

생명.에게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도 잘 알기에 저는 모든 이들에게 겸손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동안 제게 허락해 주신 인연.에 감사하며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된다라면 기꺼이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합니다.

훗날 제가 세상은 볼 수 없겠지만

사는 동안 세상에 나눈 사랑이 퇴색되지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나눠지고

 

아빠의 마지막 욕심이라면

그 속에 내.가족들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