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아빠의 소원

 

KBS 현장르포 동행 (2012-12-20, 밤 11:40~12:30 KBS 1TV )

[다시보기 & 출처]    http://www.kbs.co.kr/1tv/sisa/donghang/vod/2061507_24531.html

 

“제 바람은 아내가 빨리 수술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제가 빚쟁이가 되더라도 한 여자를 책임지는 남자로서 그런 기회가 한번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언제 올지 모르는 수술 기회를 위해서 열심히 일만 하고 있습니다.”

 

 

정삼진(36) 씨는 매일 새벽 다섯 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일한다.

오전엔 돼지 도축장에서 오후엔 합기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삼진 씨가 이렇게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이유는 신부전증 말기의 아내, 전해자(36) 씨 때문이다.

 

 삼진 씨와 해자 씨는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다.

당시 해자 씨는 어려서부터 당뇨를 앓고 있었고, 고등학교 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삼진 씨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픈 해자 씨와 결혼했다.

 

결혼 후 해자 씨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시력저하 등 온갖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아픈 몸으로 출산한 첫째 딸 세빈(12)이는 2.1킬로그램에 조산,

뇌병변장애 4급으로 여러 차례 교정과 수술을 했으나 아직도 두 차례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아픈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삼진 씨-.  


 

#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아빠 정삼진(36) 씨의 하루는 누구보다 바쁘다. 새벽 다섯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 돼지 도축장에서 일한다.

고되지만 오후에 아픈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7년 전부터 시작했다.

잠시 짬이 나는 시간엔 집에 들러 집 안 청소를 한다. 3년 전부터는 오후에 합기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골이라 멀리 사는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까지 삼진 씨의 몫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열한 시가 된다. 도축장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거르고 이때 저녁을 먹는다.

삼진 씨가 두 끼만 먹고, 네다섯 시간을 자며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아내 해자 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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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이자 지켜주고 싶은 마지막 사랑

 

삼진 씨에게 아내 전해자(36) 씨는 첫사랑이었다. 그들은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나 애틋한 사랑을 키웠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당뇨를 앓았던 해자 씨는 결혼 후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4년 전 신부전증 말기 판정을 받은 뒤론 이틀에 한 번씩 혈액투석을 받으며 간신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처지다.

 

4시간이 걸리는 투석을 받고 오면 어지럼증과 구토, 신경통 따위로 온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해자 씨.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는 방법밖에 없어 이식대기자로 등록해 놓긴 했지만,

10년을 기다려도 이식받을 기회가 올지 기약조차 없다.

요즘은 몸 상태가 더욱 악화돼 자주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남편조차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삼진 씨의 속은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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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이 느린 첫째 딸 세빈이

 

삼진 씨에겐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첫째 딸 세빈(12)이다.

해자 씨가 아픈 몸으로 임신한 세빈이는, 8개월 만에 조산해 2.1kg의 작은 아이로 태어났다.

게다가 뇌병변장애 4급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불편하다.

 

돌 무렵 세빈이의 장애를 발견한 삼진 씨로서는 하늘이 무너질 노릇이었다.

설상가상, 아내의 몸 상태도 점점 나빠져 갔다.

삼진 씨는 딸을 고치기 위해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허벅지 근육을 늘이는 수술을 받게 해주었다.

 

또 날마다 세빈이의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유아 스트레칭 자격증까지 땄다.

그렇게 애쓰고 있지만, 세빈이는 성장함에 따라 더욱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중학교 입학 후에 또다시 수술을 시켜줘야 하지만, 아빠에겐 더는 여력이 없다.

아내의 수술비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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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하나뿐인 희망

 

지금으로선 장기이식만이 아내를 살릴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해야 해서 기회는 더욱 멀기만 하다.

이식 대기자 등록을 한 지도 4년이 넘어가는데, 앞으로 10년을 더 기다린다 해도 기회가 와줄지 막연하다.

하지만 삼진 씨와 아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빈이와 주찬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엄마의 수술비를 위해

사고 싶은 것을 참으며 통장에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삼진 씨도 고되지만 참고 일하는 이유는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아내의 수술 때문이다.

 

그러나 이식을 기다리는 사이, 해자 씨의 건강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삼진 씨는 고민 끝에 자신의 신장을 내어주고 다른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는 교환 이식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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