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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2일 정오,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 한무리교회(임봉혁 목사)엔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는 교회와 선교단체,

대안학교 관계자들이 모였다. 올 7월 한무리교회 바로 옆에 문을 여는 예온교회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예온교회는 장애인을 위한 교회로 ‘밥풀떼기’ 김정식(52) 목사가 담임을 맡는다.

김 목사는 내친김에 예온교회 건물의 일부를 발달장애아 대안학교인 참빛학교에 내줄 생각도 갖고 있다.

장애인 관련 부탁은 도저히 거절을 못하겠다는 게 이유다. 그에게 장애인은 곧 예수님이다.

 

김 목사는 장애인 사역을 한 것은 올해로 10년이 훌쩍 넘었다.

2007년 목사가 됐으니까 목사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해온 셈이다. 하지만 장애인 사역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힘들게 사역을 이어갔지만 장애아들은 변화될 줄 몰랐다. 보람은커녕 상처만 얻었다.

 

그때 장애인 방송에 출연한 예빛선교단의 고지혜 자매를 만났다.

뇌병변 장애인으로 워십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을 봤다.

자신의 신세타령이 너무나 부끄러워 펑펑 울었다. 가슴에 깊이 패었던 상처는 저절로 회복됐다.

고씨는 두 달 후면 예온교회 전도사가 된다.

 

그는 장애인 사역에 대해 “소명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런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원래 교회를 다녔지만 이름뿐인 집사였다. 그러다가 1998년, 미국 유학 중에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기도 방법은 몰랐다. 그저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하나님, 저 구름 예쁘죠?”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급박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란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당당하게 지내왔다고 자부했던 모든 삶이 죄스러웠다. 몸도 주체할 수 없었다.

남의 집 아파트 잔디밭을 자기 앞마당처럼 뒹굴었다. 1998년 10월, 회심의 순간이었다.

 

회심과 함께 그가 깨달은 것이 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것이다. 하루 한두 시간 정도의 기도가 아니다.

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그에겐 버스 시간이 곧 기도 시간이다.

특히 집이 있는 파주에서 서울까지 1시간 30분 동안은 그가 가장 즐기는 기도 시간이다.

장애인 기관이나 장애아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집중적으로 기도한다.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는 시간도 애용하는 기도 시간이다.

특별한 기도제목이 있으면 잠을 2~3시간만 자더라도 기도한다고 한다.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그는 눈물이 많아졌다고 했다. 물론 슬프거나 힘들어서가 아니다.

“저는 감동을 잘 하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이 기도하는 걸 들으면서 감동해서 울고,

감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 감동해서 울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걸 감사해요.

그러다 보니 또 감동해서 울죠. 어쩌면 눈물을 참는 게 제 일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과 감동은 그가 집회 갈 때마다 강조하는 주제다. 감동하는 사람은 나쁜 짓을 안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주 코미디계 선배인 한무씨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결혼식에 온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화려했다. 그들에 견줘진 자신은 너무나 초라했다.

버스를 타러가다 말고 신당동 골목을 찾았다. 가장 좋아한다는 2500원 짜리 우동이 생각나서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그는 비참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동료 연예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자신은 누리고 있다며 행복하게 우동을 먹고 나왔다.

 

그는 “요즘엔 아예 내 이름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교회나 식당에서 밥을 얻어먹을 때 음식을 만든 분은 정작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무명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밥풀떼기’로 한때는 가장 잘나가던 개그맨 중의 한사람이었던 김정식.

그는 무려 지난 20년간 최고의 명예와 권력을 누렸었다.

하지만 세상조차 외면하는 장애인들을 묵묵히 섬기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그때보다 더 모든 것을 얻은 것 같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과거처럼 화려한 세상의 조명은 없지만 묵묵히 장애인을 섬기는

그의 모습에서 스타가 아닌 진정한 목회자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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